SDG 서평

제목Come, Ye Children (어린이 성경 이야기) by 김병혁 목사2018-07-04 16: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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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Ye Children (어린이 성경 이야기)






훌륭한 신앙 서적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일이 비단 기독교 출판업자에게만 주어진 소명은 아닐 것이다. 좋은 신앙 서적을 읽고 묵상하고 때로 소개하고 가르치는 일은 목사에게도 주어진 가치 있는 책무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매달 성도들에게 좋은 신앙 서적을 소개하고 독서 토론 모임을 통해 심층적인 탐구를 시도한 지가 어느덧 두 해가 지났다. 꾸준하게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에게서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목격하는 것은 분명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막상 돌아보니, 성도들에게 번역 성경을 소개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신앙 서적을 잘 읽어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신앙의 일반 원칙에서 본다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더 모순적이라고 할만한 것은 목사로서 성경 번역본을 소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나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은 더욱 그렇다. 물론 “목사님, 성경을 읽어야 하는데 어떤 성경을 사 보는게 좋습니까?”라고 묻는 분에게는 “음... 기왕이면 제가 보는 것과 같은 것을 고르세요”라고 답하지만, 이것은 현실에 대한 최선의 답일뿐 “그것이 최고의 성경입니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조금이라도 성경 번역의 복잡한 역사와 한계에 대해서 전이해가 있는 분이라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속뜻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성경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기 힘든 분야가 있다면, 시중에 팔리는 우리말로 된 어린이 성경이나 성경 이야기 책이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내가 아는 한, 우리말로 된 어린이 성경류들은 대개 빈약한 스토리에 그림과 활자를 산만하게 배치하여 마음 놓고 아이들 손에 쥐어주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더 큰 문제는 스토리마저 매우 단편적이고 조잡한 형태로 엮여져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신학적인 검증을 전혀 요구하지 않거나 아예 신학적인 검토 자체가 불가한 근본없는(?) 어린이 성경책이나 성경 이야기들도 많다. 




짐작컨대, 아이들을 위한 성경이니까 아이들 기대치에 맞춰서 제작해야 그나마 본전은 뽑지 않겠는가 하는 지극히 세속성에 충실한 출판 경영 마인드가 빚어낸 참극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이런 류의 성경을 읽어 주기 보다는 내가 보는 성경을 가지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당시만 해도 내 생각에 세속화된 기독 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 성경을 주느니 차라리 내가 아이들을 위해 수고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상당 기간 동안 우리말 어린이 성경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없는 생활이 지속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의 생각에 결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수 년 전에 외국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가족과 함께 화란 계통의 개혁교회를 출석한 적이 있다. 그 교회에 머문 시기는 불과 9개월 정도였지만, 나의 목회에 끼친 감화력과 영향력에 있어서는 이전에 고국 교회와 이민 교회에서 사역자로서 일했던 전 기간(약 10년)을 합친 것보다 훨씬 중대하며 컸다. 지금 생각해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때 낯선 이방인과 같았던 우리 가족을 유난히 친절하게 맞이해 준 한 가정이 있었다. 그 교회의 전직 장로로 사역한 퍼거슨씨의 가정이었다. 주일 예배를 마치면 그는 항상 우리 가족을 자신의 가정으로 초대하였다. 그리고는 오후 예배가 있을 때까지 많은 대화와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 그의 가정과의 추억은 지금도 나의 뇌리 깊은 곳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놀라는 일이 있었다. 그는 열 한 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당시 시집을 가기 위해 준비하던 첫째 딸부터 갓 태어난 막내 아들까지 모두가 한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옛날 빛바랜 외국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식탁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일은 다른데 있었다. 열 한 명의 자녀를 몸소(?) 낳은 앤이라는 그 아이들의 엄마를 대하면서였다. 그녀의 성품은 매우 유쾌하면서도 온화했다. 배려심과 이해심이 남다른 여인이었다. 그의 가정에서  그녀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소리치거나 야단을 하는 모습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아이들의 복잡다단한 요구에 너무나 지혜로운 태도로서 언제나 반응하였다. 자유로운 듯하면서 질서를 반듯하게 유지하는 가정 분위기는 전적으로 그녀의 헌신이 가져 온 자연스러운 댓가였다. 




특히 그녀는 책을 매우 좋아하였다. 내가 집을 방문할 때면 미리 신학 서적들을 준비해 놓고 나에게 설명해 주기를 좋아하였다. 거실에 놓인 책장에는 그녀의 손때가 묻은 신학 서적과 경건 서적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앉는 소파 근처에도 항상 여러권의 책들이 쌓여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중에는 꽤 수준 높은 신학자들의 서적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자신의 독서하는 습관에 대해서 자랑하거나 지식을 뽐내려 하지 않았다. 또한 책 수집을 취미로 삼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집착력이나 소유욕을 전혀 없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읽고 있는 책이라도 선뜻 선물로 내어 주려 하였다. 지금도 내 서재에는 그녀로부터 선물 받은 몇 권의 책들이 자랑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녀를 볼 때마다 잠언 기자가 말한 ‘진주보다 귀한 현숙한 여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와 아내는 퍼거슨씨와 앤을 진심으로 존중했고, 그들은 우리 부부를 항상 진심어린 마음으로 친구와 동역자로서 대해 주었다. 그들의 모습은 성경적인 가정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 부부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다. 그들이 자녀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를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되었다. 









언젠가 나는 아이에게 자상하게 성경을 설명하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넌지시 성경적인 자녀 교육의 비결을 물었다. 하지만 답변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어릴부터 성경대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나에게 책 한권을 추천해 주었다. 이 책이 바로 ‘Come, Ye Children'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열 한 명의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었다고 하였다. 열어 보니, 어린이를 위한 일종의 성경 이야기 책이었다. 그녀는 이 책의 장점에 대해서 세세히 일러 주었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안쪽 표지에 'Hosanna + Susann's Bible'이라는 글귀를 쓰더니 내  아이들의 선물이라면 이 책을 내 손에 건네주었다.


 


그 후로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첫 번째 공식적인 성경책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린이 성경 이야기 책이 되었다. 나는 이 책으로 아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기뻐했다. 아이들이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하게 되었을 때에도 아이들은 이 책 안에 있는 성경 이야기를 내게서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하였다. 




그 감동과 기억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최근에는 주일 아침마다 우리 교회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중심으로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의 엄마들도 다 같이 참여하여 함께 성경 이야기를 듣도록 한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엄마들이 이 시간을 더 기다린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우리 교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성경 공부 프로그램이 되었다. 물론 나로서는 굳이 이 책에 매일 이유가 없기 때문에 좀 자유롭게 교리와 교훈을 전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유익과 통찰은 실로 굉장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에 빚진 자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직 번역서를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 교회의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딱히 성경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린이를 위한 성경 이야기책으로서는 베스트의 가치를 지닌 책이라 평하고 싶다. 앞으로 한국 교회에 이런 정도의 무게와 가치를 지닌 어린이 성경 이야기 책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회의 자녀들이 안심하고 읽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전체 성경(Tota Scriptura)의 관점에서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언약과 기독론의 관점에서 잘 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개혁교회의 믿는 바(교리)와 고백하는 바(신앙고백)를 바탕으로 성경 스토리에 흥미와 사색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재구성하였다. 이 책이 얼마나 신학적으로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는가는 이 책의 저자인 거트루드 훅스마(Gertrude Hoeksema)가 개신개혁교회(Protestant Reformed Church)의 정신적인 지주이며 탁월한 신학자인 헤르만 훅스마(Hermman Heoksema)의 며느리라는 점도 봐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훅스마 여사는 개혁교회의 어린이 회원을 위해 만든 여러 권의 성경 교재를 만들었는데, 신학적으로 매우 깐깐한(?) 이 교단내에서 지금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흠, 아니 아쉬움이 있다면 번역서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개혁신앙으로 자녀를 양육코자 원하는 부모라면 이 정도의 투자는 소망 가운데 기쁘게 할 만 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나는 이 책의 번역자나 출판사와는 일절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힌다. 다만, 이 글을 읽는 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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