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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군대에서 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에 대하여2018-06-20 15: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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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한 자매님으로부터 군대가는 아는 동생에 대해서 고민하는 장문의 메일을 받았습니다.내용인 즉, 군대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나라에 대한 애국심 고취 정도로 알았는데, 어느 목사님이 우상숭배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라고 하더군요. 영창에 가더라도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그것이 신사참배와 동일한 행위인가를 물었습니다. 입대 후에 아는 동생이 겪을 어려움과 혼란을 생각하니 너무 걱정이 되어 제게 질문을 주었습니다.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간단하게나마 제 생각을 정리하여 이렇게 전달하였습니다. 아래는 어제 오전에 자매님에게 보낸 답신입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일이어서 여기에 옮깁니다.


[답신]

질문한 물음은 단답형식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핵심을 전달하도록 하지요.


먼저 기본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할 부분은, 일제 시대때 일제가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강요했던 신사참배, 동방요배, 국기배례는 명백하게 우상숭배라고 할 만 합니다. 

우리는 그 시절에 수많은 성도들이 일제의 강압적인 우상숭배적 종교 정책에 저항하여 고난을 받고 심지어 순교를 당함으로 하나님 앞에 교회의 순결과 신앙의 절개를 지켰다는 교회적, 역사적, 신앙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지금 제기한 문제는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국가가 국민의 도리로서 요구하는 일들(예를 들어,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이해와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것인데,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를 명백하게 정리하려면, 일단 1)국가에서 요구하는 이러한 일들이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 일인가? 2)단체적인 국가의식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헌법에서 말하는 종교 및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소지는 없는가? 3) 더 나아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자유와 신앙 양심을 강제하고 억압하는 일인가? 4)이러한 일들에 대한 역사적 기원과 법에 명시된 처벌 규정과 판시한 판례가 있는가? 있다면 근거가 무엇인가? 5)이러한 일들에 대해 한국교회적으로 혹은 교단적으로 명시화된 입장이 있는가? 라는 정도의 물음들에 대해 바르고 정확한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저역시도 의문을 가질 뿐, 아직 '이렇다'할 명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좋은 연구 논문이나 자료가 있다면 심도 깊게 살펴보고 싶습니다. 근거 있는 자료에 의한 면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서 좀 더 명확한 이해를 가진 후에 공교회적인 논의를 거쳐 분명한 입장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전해 드리는 내용은 이 사안과 관련하여 제가 취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정리된 생각이나 이 문제에 대한 신학적 토론의 산물이거나 교회적으로 정리된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므로 공교회적으로 유일한 답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을 양지 바랍니다.


1. 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일제의 신사참배와 동일한 종교의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2. 오히려 이러한 의식들은 일제의 군국주의와 전체주의가 낳은 불순하고 작위적인 정치적, 사상적 잔재라고 생각합니다. 


3. 해방이후 국가 단결과 국민 단합을 명분으로 국기배례가 강조되었습니다. 이때 과거 신사참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던 한국교회는 이승만정권을 상대로 대대적인 국기우상화 반대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리하여 국기에 대한 경례가 '배례'(머리를 숙여 절하는 것)에서 '주목례'(가슴에 손을 얹고 바라보는 것)로 바뀌었습니다. 


4. 그러던 중에 유신체제가 출범하면서 사회 전체를 거대한 군사조직으로 재편하고 교등학교에서는 전시 체제를 대비하기 위해 교련이라는 군사훈련을 과목화하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가 전국의 모든 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강제되었습니다. 이때 고신측에 속한 몇몇 교회와 성도들은 신사참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라 생각하여 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1973년 김해여고 학생들이 신앙의 이유를 들어 합동교련교육 지도 시간 중에 국기에 대한 경레를 거부함으로써 퇴학당한 사건은 법적 소송으로까지 비화된 유명한 일화입니다. 나중에 대법원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국가에 대한 경례는 우상숭배가 아니라 국가의식이므로 신앙의 자유와는 무관하며 따라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린 징계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서슬퍼런 독재체제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신앙적 차원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된 종교 및 신앙의 자유의 취지와 명백하게 벗어난 위헌적 소지가 있습니다. 더구나 제가 알기로는 국기에 대해 경례 혹은 맹세하지 않는다 하여 헌법 하위의 법으로 구속할 법적 근거나 처벌 규정이 전혀 없습니다. 사상범이나 국가 보안법 등으로 일부러 엮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 없습니다. 


6. 이같은 경우는 미국에서도 논쟁된 바 있는데, 2차 대전 당시 미국에서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퇴학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미국 대법원에서는 애국심 고취를 목적으로 하는 국기경례는 누구에게나 일괄적인 방식으로 강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국기에 대한 경례가 진행되는 동안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7. 저는 개인적으로 애국심을 고취하기 목적에서 수단적으로 행사되는 국기에 대한 경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애국가를 교창할 때, 내 자신이 대한국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국기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와 한 국가에 속한 백성이라는 사실을 염두할 때, 국가나 국기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8. 다만 그것을 종교화내지 의식화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저는 국기에 대해 경례를 완강하게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처럼 국기에 대해 경례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요구하는 자리에서도 경례를 하거나 가슴에 손을 얹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가나 국기는 신앙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국가와 국기는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인격체에 대해서 머리를 숙이거나 경배하는 우상숭배적인 행동일 뿐 아니라, 믿지 않는 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9. 저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에서는 좀더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순국선열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나, 그들에게 묵념(마음속으로 빌거나 기도하는 행위)하는 것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죽은 자들에 대해 묵념하는 것은 기독교의 신앙과 전혀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자리에서도 이 묵념에 동참하지 않습니다. 다만 본의아니게 그런 자리에 있게 될 때에는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대신에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10. 저는 국기에 대한 경례보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례는 주목례 정도로 표현해도 무방할 수 있습니다. 그때도 마음 속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면 됩니다. 하지만 맹세는 "도무지 맹세하지 말라"고 하신 주님의 가르침과 상반되는 행위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서도 합법적 맹세는 종교적 예배의 한 부분이며 오직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라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저는 국가에 대해 맹세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가에서 국민에게 요구하는 '맹세'에 관한 의미가 우리가 교회에서 행하는 종교적 의식이나 예배의 부분과 동일한 의미로 강요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국민으로서 국가를 사랑하고 애정을 갖고 정성을 다할 것에 대한 다짐 정도로 이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국가에 대한 경례, 맹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신앙적으로 거부감이나 압박감을 갖지는 않습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뜻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11. 그러나 만약 국가에서 나의 신앙적 양심과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강제적으로 요구한다면 저는 단연코 반대하며 저항할 것입니다. 


12. 그런데 문제는 통일된 단체적 행동이 요구되는 곳, 예를 들어, 군사 학교나 군대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군대에서의 모든 예식과 규칙은 대통령령으로 반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군대에서의 행동 강령이 대통령령으로 제시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군국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가적 현실 속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3.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 군대와 같은 조직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에 동참해야 하는가? 만약 공개적으로 거부한다면 군법으로-비록 헌법보다 하위 단계에 있는 법이라도- 징계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개인과 사회 생활의 큰 어려움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일을 가시적으로 적극 반대한다고 그것만으로 신실한 믿음의 사람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와 같은 일이 아니라도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과 한계로 곳곳에 불의하고 부당한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어떤 일들은 개인으로서 이겨낼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전 교회적인 변화와 대응이 있을 때에 해결될만한 일들이 많습니다.


14. 군대에 속한 성도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와 같은 일에 전적으로 반대하고 저항하라는 요구를 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원리적인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국가에서 요구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온당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저는 그럴 때마다 믿음으로 대응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믿음의 이해와 태도를 다른 이에게 -더구나 성경에 대한 이해와 믿음에 확신이 미약한 사람에게- 그대로 요구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요구한다고 하여도 형식적인 아닌 실질적인 차원에서 동질의 이해와 믿음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신앙의 타협이 아니라 신앙적 배려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15. 그럼에도 만약 국가에서 종교적 의식에 준하는 방식으로 혹은 신사참배와 같은 목적에서 배례와 묵념을 강요한다면 단연코 신앙 양심대로 거부할 것을 권면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지혜롭게 처신하여야 합니다. 경례와 묵념를 행하라고 할 때, 마음속으로 어떤 상황에서라도 믿음을 잃지 않고 주님만 의지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를 하는게 좋습니다. 


16. 그리고 믿음의 가족과 친구와 교회는 그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격려하며 말씀에 합한 대로 바른 것을 가르치며 배우며 함께 하는 일에 열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불공정하고 불의한 세상 일을 올바른 믿음의 관점으로 직시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변혁해 가는 일에 모두가 동참한다면 미래는 지금보다는 좋은 신앙의 환경을 조성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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