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G 탐방과 후기

제목개설연 세미나(장로회주의 원리와 목회 실제) 후기2018-06-28 11: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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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설교연구원 제28기 정기세미나에 다녀와서...


 


지난 2월 24일(월)부터 3일간 ‘장로회주의 원리와 목회실제’라는 주제로 개혁주의설교연구원(이후 개설연) 제28기 정기세미나가 세곡교회당(강남구 세곡동)에서 열렸다. 금번 세미나의 주강사는 스코틀랜드 자유장로교회 출신의 목회자인 이안 캠벨(Dr. Iain D. Campbell) 박사가 초대되었다. 그는 현재 Point Free Church of Scotland의 담임 목사와 미국 필라델피아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객원 교수로서 섬기고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력을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개혁주의 관련 Conference의 강사와 개혁주의 잡지의 칼럼니스트이며, R.C Sproul의 Ligonier Ministry의 강사이자 기고자로, 복음주의 고백 동맹(Alliance of Confessing Evanglicals)의 잡지인 Reformation 21의 집필자로 활동 중이다. 2012년에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Free Church of Scotland)의 총회 의장으로 섬긴 경력이 있으며, 신구약 강해서를 포함하여 교리와 교회사와 관련한 여러 저서들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강사의 이력 같은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필자이지만 (약간의 내적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분의 이력을 덧붙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강의와 설교를 경청하는 동안 구관명관(‘구관이 명관이다’는 속담과 같은 뜻)이라는 성어(成語)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로회주의 원리와 목회 실제’라는 다소 버거운 주제인데다 통역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미나 기간 동안 다섯 번의 집중 강의를 통해서 정통 장로교회의 핵심 사상을 유감없이 전달하였다. 




조금 인지도가 있다고 하면 강의 시간에 으레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몸짓과 준비 없는 멘트로 어이상실하게 하는 어떤 국내 강사들과는 비교될 만큼 시종 선명한 주제의식과 진지하면서도 겸손한 설명으로 소리 없이(?) 청중을 설복하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인상적인 강의였다. 참석자들의 손에 쥐어 준 (번역된) 강의안은 그리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내용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세미나 주제와 관련하여 할 말은 다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 부족으로 듬성듬성 더듬듯이 넘어간 부분도 있었는데 말이다.




▶ 주강사인 이안 캠벨 박사와 통역하는 서창원 목사




▶ 일반 성도들도 함께 참여한 저녁 집회 시간




오해를 무릎 쓰고 말하자면, 기실 이번 세미나에서 그가 전달한 메시지 중에서 무척 낯설다거나 아주 새롭다고 할 내용은 거의 없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십 여 년 넘게 장로교 목사로서 살아온 나로서는 피아(彼我)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익숙한 가르침이었다. 얼마 전에 SDG 신학강좌에서 강의한 것과 상당 부분 중첩되는 내용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안 캠벨 박사의 강의에 나의 심장은 두근거림으로 반응하였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사내처럼 말이다. 내가 아는 진실에 대한 격한 공감과 강렬한 확신을 느끼는 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장로교 신앙인으로서 고고(孤苦)히 제 갈 길을 가는 도중에 경험하게 되는 현실적인 낙심과 절망에 대한 약간의 보상과 위안을 맛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안 캠벨 박사의 강의는 나에게 유난스레 별다른 감정을 갖게 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은 너무나 엄연한 장로교주의의 본질과 원리 앞에서 너무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변형된 한국 장로교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날마다 목도하고 사는 나약한 장로교 목사로서의 특별한 회한(悔恨)이며, 동시에 특별한 감사제목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에서 장로교회는 보수교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에만해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미지가 역변(逆變)하였다. 장로교회는 한국 교회의 분열과 부패의 온상(溫床)으로 치부되어 온 지 오래다. 거기다가 신학적 정체성까지 사라져 한국적 순복음 장로교회라는 조소 섞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간판에만 장로회와 장로교회라고 쓰여 있을 뿐, 실상은 질나쁜 순복음 교회보다 더 조잡하고 저급한 신앙으로 일관하는 가짜 장로교회와 거짓 장로교 목사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어디 그뿐인가. 장로교회의 정치를 부패한 교권과 기득권 몰이의 수단으로 삼으며, 세속화된 교회 성장과 독재적인 목회를 위해 장로교회의 특색을 전적으로 포기하면서도 자칭 장로교회, 장로교 목사, 장로교 신자라 당당하게(?) 밝히는 이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희대의 집단을 이끌고 있는 인사들과 핵심 교회들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국 보수주의 연합이라는 미명하에 온갖 해괴한 짓을 다 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본다면, 부패한 한국 장로교회로부터 발생한 확실한 변종(變種)이다. 그들을 보면, 어디 가서 장로교 목사라는 명함을 내어 놓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대단히 불행하게도 장로교회의 본질과 원리에서의 파괴적인 이탈 현상은 어느 교단, 어느 신학교, 어느 교회 할 것 없이 한국 교회 전반에 걸쳐 거의 지배적이며 보편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마다 생존을 위해 죽기 살기로 덤벼들고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려 애쓰지만, 정작 ‘왜 장로교회이어어 하며, 왜 장로교인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과 실제적인 반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최근에 타 교단, 예를 들어 침례교, 루터교, 오순절교회 진영에서 자신들의 신앙적 근거를 찾기 위해 동서분주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갈수록 장로교라는 단어조차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목사와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로교 신학교에서 충실한 장로교회 목회자를 배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접어야 할 상황이다. 버젓이 장로교회에 속해 있으면서 장로교회의 역사적 표준문서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와 관련 문서들을 한번도 들어 보지도, 읽어 보지도 못했다는 목회자와 후보생과 중직자들이 넘쳐 난다. 그런데도 모두가 안수와 임직 받을 때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소리문답을 신구약 성경에 교훈한 도리로 알고 성실한 마음으로 믿고 따르겠습니다’라고 천연덕스럽게 선서하는 것을 보면 과연 한국 장로교회에서 통용되는 신앙 양심이란 무엇을 가리키는지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장로교회와 장로교신앙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장로교회는 말씀으로 개혁되었으며, 말씀으로 개혁되어가는 교회이다. 내가 사랑하는 장로교신앙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 안에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신앙이다. 만약 이러한 교회와 신앙이 장로교회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면, 나는 결코 장로교회라는 이름에 목을 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신앙의 최종적인 목적이 장로교신앙이어서는 안 된다. 다만 장로교주의가 성경적 신앙의 본질과 원리를 가장 정직하고 심도 있게 내포하고 있음을 알기에 나는 항상 장로교회를 사랑하며, 여전히 장로교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설연 세미나는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었으며, 주강사인 이안 켐벨 박사는 왜 우리가 장로교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공감과 확신을 불러 일으켰다. 그럼에도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못내 안타까웠던 점들이 있었다. 장로교 목사나 직분자라 할지라도 장로교주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 절박한 관심을 갖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있다하더라도 본질과 원리의 회복보다는 현실 목회에서의 적용과 프로그램화에 방점을 두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강의 후에 쏟아지는 질문들과 피드백을 상기해 보더라도 쉽게 확인되는 대목이다. 바른 적용은 본질과 원리에 대한 바른 이해로부터 양산되는 법이다. 성경적 장로교주의가 무엇인지 골몰하여 묻고 답하는 과정 없이 성경적 장로교주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세미나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공론의 장이 더 많이 열리길 바란다 또한 장로교주의에 자긍심을 가진 더 많은 목회자와 목회자 후보생과 직분자들이 참여하여 성경적인 장로교회를 세우고 섬기는 사역에 함께 동참하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안 캠벨 박사의 강의는 향후 개설연 홈페이지를 통해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기서는 제목-‘성경과 신학과 실천에서의 장로회주의’, ‘교회 역사 속에서 장로회 주의’, ‘장로교주의의 실제’-만 소개하면서 참석하지 못한 분에게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강의에서 받은 도전과 영감(?)을 바탕으로 좀 더 연구하고 보완하여 섬기는 교회를 위한 적실한 가르침으로서 나누고자 한다. 올해 여름 수련회가 가장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금번 세미나에서 함께 진행된 국내 신학자(4인)의 특강은 주제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두 분의 특강은 잘 준비된 강의였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일반적인 강의와 달리 내용면에서도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흥미로운 과제를 남겼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후기를 남기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세미나 도중 문맥에서 벗어난 뜻밖에 질문들과 운영상의 미숙함이 나타난 부분이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3일 동안 강의와 특강과 설교를 통해서 얻는 유익에 비하면 조금이라도 불평거리라 할 만한 소재가 아니다.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귀한 강의를 들려 준 이안 캠벨 박사님과 성심껏 준비하여 좋은 가르침을 베푼 국내 강사진들과 효율적인 세미나 진행과 강의 전달(통역)을 위해 섬김의 본을 보여 준 목사님들과 다소 잠자리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쾌적한 강의 환경을 제공해 준 교회와 당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그리고 졸필을 읽고 공감해 주는 모든 주의 지체들에게도 송구함과 감사를 표한다. 


 



주나그네


20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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