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G 탐방과 후기

제목제23회 한국장로교신학회 학술발표회 후기2018-06-28 11: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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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쫓겨 후기가 좀 늦었다.


개인적으로 제때에 쓰지 못한 후기는 약간 김빠진 사이다 맛과 같아서 뒤늦게 끄적대기가 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억의 창고에 소장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행사였기에 다녀온 지 며칠 지났지만 기억을 되살려 몇 자 남기고자 한다.


 


지난 3월 29일(토), 온누리 횃불회관에서 열린 한국장로교신학회 학술발표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꽃망울을 간질구는 봄비가 흩어지던 지난주 토요일 오후 양재동 횃불회관을 찾았다. 원래 대전 독토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날임에도 양해를 구하고 이 행사를 찾은 데는 몇 가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이 신학회를 이끄는 이승구 교수님의 직접적인 간청이 있었고, 매번 시간이 엇갈려 참여해 보지 못한 모임에 대한 미지의 호기심이 발동하였기 때문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진짜 이유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제 때문이었다.


 


금번 학술회에서는 '도르트 회의와 한국 교회'라는 주제로 5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개회식에서 이승구 교수님은 한국 교회에서 도르트 신조에 대해 개별적인 논의를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전체 주체로서 학술회를 여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학술회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높이 평가하였다. 어려운 시간을 쪼개 학술회에 참석한 나에게 위로와 확신을 주는 말이었다.


 


▶ 학술발표회 행사 진행을 맡은 이승구 교수와 논문집




▶ 아카데믹한 학술발표회 분위기




학술박표회라는 타이틀이 붙어서인지 행사장 분위기가 여느 기관의 세미나와는 조금 달랐다. 지방 호텔의 만찬장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룸에 들어서자 넓은 거실 여기 저기에 놓여 있는 하얀 보가 덮힌 둥근 테이블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예닐곱 사람 정도 마주 하고 앉을 수 있는 큰테이블이었다. 일찍 참여한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눈에 띄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는가 하면, 데면데면히 인사나눌 만한 이들도 있었다. 십수년 만에 뵙는 은사님도 계셨다. 전에 신학 공부를 같이 한 동료 교수들과 우리 연구회 회원 몇 분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간단한 개회예배에 이어 곧바로 발표회가 진행되었다. ‘도르트 회의와 한국 교회’라는 제하에 다섯 명의 신학교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발제 주제와 순서와 발제자는 다음과 같다. 발제1. ‘공동의 신앙고백 위에서의 교회의 일치:도르트 회의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연구’(김요섭 교수, 총신대). 발제2. ‘예정인가, 후정인가? 항론파 제1항에 대한 도르트 회의 총대들의 논의와 결정’(이남규 교수, 성경신대원), 발제3. ‘도르트 신조의 속죄론 이해: 형벌대속적 제한속죄’(김은수 교수, 평택대), 발제4. ‘도르트 신경과 성도의 견인 교리’(김병훈 교수, 합신대원), 발제5. ‘도르트 신조의 유기론’(한병수 교수, 합신대원)




▶ 질의 & 응답을 위해 무대에 오른 논문 발제자들




마음 같아서는 다섯 개의 발제에 대해 일일이 총평을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면과 시간 관계상 금번 행사의 의의와 학술 발표회에 관한 전체적인 소회를 전달하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바란다.


1.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적실하고 바람직한 학술회 주제였다.


2. 각각 다른 소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일관된 주제의식과 수준 높은 내용이 잘 전달된 논문들이었다. 교회 선생으로서 한국 교회에 도르트 신조를 잘 소개해야겠다는 사명감과 결연함이 엿보였다고 평가하고 싶을 만큼 정성들여 쓴 논문들이었다. 발제자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3. 각각의 논문들마다 각주와 참고문헌을 자세히 기입하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다양하고 좋은 정보를 제공하며 연구 의욕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4. 세 명의 발제자는 도르트 신조와 관련된 일차 자료를 번역 소개하였는데, 도르트 신조의 본래의 가르침에 실제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그들의 노력과 탐구력은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5. 민감한 이슈(예를 들어, 타락전후선택론, 선택론과 유기론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적인 여지가 남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정통 개혁교회의 신학적 관점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발제였다.


6. ‘도르트 회의와 한국 교회’라는 전체 주제와 비교한다면, 발제자들은 대체로 도르트 회의 또는 도르트 신조의 내용을 소개하는데 역점을 두는 인상이 들었다. 도르트 문서와 관련하여 첫 번째 공식 학술회라는 점에서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 회의와 신경이 한국 교회 현실 속에서 어떠한 의미와 괴리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우리에게는 이 부분이 절실한데도 말이다. 다음 기회를 기대한다.


7. 논문을 준비한 과정과 논문의 길이에 비해 발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발제자에게 25분 정도가 주어졌는데, 짧은 시간에 여러 편의 논문을 소개하는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발제자들이 중요 쟁점에 대해서 지나치게 축약된 형태의 설명으로 일관하거나 무엇에 쫓기듯 발표하거나 발표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독자들의 몫으로 떠넘기는 모습은 안타깝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8. 시간에 쫓겨 질의와 응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에 질의의 기회를 얻은 나로서도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것은 교수들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촉박한 시간이 문제였던 것 같다.


9. 비신학전공자나 목회자 후보생의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룬 학술회였음에도 일반 성도들과 신학생들이 참관하였다. 한국 개혁주의의 밝은 내일에 대한 기대와 전망을 가지게 되는 기회였다. 이러한 시도와 현상은 분명 한국 개혁주의의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개혁주의의 저변 확대와 지평 확장에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 학술회와 세미나를 통해서 학문적 배움뿐만 아니라, 개혁신앙 안에 있는 성도들간에 실질적인 교제와 나눔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도 이런 행사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유익이다. 물론 가끔은 불편하고 어색한 만남도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할지라도 한국 개혁주의가 세워져가는 과정과 목적이라는 큰 그림에서 본다면, 다소간의 불편함과 어색함 정도는 감내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겸손과 온유와 인내가 더욱 요구되지 아니하겠는가.


 


끝으로 한 가지 소망과 권면을 전하면서 뒤늦은 후기를 갈음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한국 개혁주의에 도움이 되는 학술발표회와 세미나가 더 많이, 더 자주 열려서 바른 신학과 바른 교회와 바른 생활(신앙의 삶)을 지향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현실적이고 가능성있는 도전과 위로를 전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도르트 신조에 대해서 궁금해하거나 관심있는 독자라면, 금번 학술회 논문을 구입하여 잘 살펴보시기를 권한다.



주나그네


20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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