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G 탐방과 후기

제목불편한(?) 후기2018-06-28 11: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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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 27), 개혁주의설교연구회(이후 개설연) 세미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 24시간이 넘었지만 왠일인지 좀처럼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어제 세미나에서 받은 충격에 의한 내상때문인 듯하다. 아침에 개설연 실행이사 한 분 목사님과 통화를 나눴다. 단도직입적으로 여쭈었다. 개혁주의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자유주의 신학자와 개혁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신행일치하지 않는 말뿐인 개혁주의 신학자 중에 누가 더 개혁주의에 해로운가를 말이다.


말로는 개혁주의다, 개혁신앙이다 외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의를 드러내고자 하고,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권력자에게 굽신대며, 손바닥만한 신학교에서 권력과 계보와 금권을 장악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공명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유명해 지는 일에는 타협과 야합을 일삼는 협잡꾼과 장사꾼 뺨치는 자들이 겸손하고 성공한 신학자 흉내를 내는 현실이 못내 슬프고 안타깝다. 


모름지기 교회의 교사라 함은 어떠한 상황에도 진리만을 외치며, 진리편에 서서 비진리와 대항하며, 잘못된 길을 가는 이들을 향해 꾸짖으며, 고단한 교회적 상황 속에서 진리를 찾는 이들을 격려하며, 한 줄 진리의 고백을 사수하기 위해 결연히 생명을 내어 놓을 만한 각오로서 두렵고 떨림으로 강단에 서야 할 자가 아니겠는가? 


진리를 위해 하나님의 입이 되어야 할 자리에서 대형교회와 유명한 목회자들의 여죄를 가려주기 위한 변호인을 자청하고 있으니 이또한 일그러진 한국 장로교회의 자화상이 아니겠는가. 


순진한 회중을 향해 대형화 현상과 숫적 성장을 비견하면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므로, 이 일을 이룬 목사는 위대하다'는 식의 망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자들이 한국 장로교회를 대표하는 신학 지성 행세를 하다니 실소와 허탈의 경지를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세계 어느 곳이든 대형교회를 이룬 목사 중에 하나님의 위대한 종이 아닌자가 누구이겠는가? 이러한 논리와 화법은 영적 사기이다. 또한 한국 장로교회가 왜 이토록 총체적인 위기를 맞게 되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교회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 어디가서 개혁주의를 말하는 신학자의 강의를 듣기가 거북스럽다. 앞면이 있거나 인격을 알고 있다면 모를까 어제처럼 부아 돋는 날이 올까 두렵기까지 하다. 몇 해 동안 개설연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이다. 대체로 주강사로 선정되었던 국외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신학 사상은 매우 건전하였고 배울 만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국내 신학자 강사진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불안함이 가시질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나를 실망시키거나 의분나게 한 국내 신학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면모(공통점)가 있다. 1.형편 없는 논문 대신 준비없는 멘트로 얼버무린다. 2.논문 발표 시간에 주제와 상관없는 말잔치(주로 자기 경력과 자랑)를 늘어놓는다. 3.청중에게 '오늘 내가 한 수 가르쳐주지'라는 말투로 이끌어간다. 4.자기가 누구와 친분 관계에 있는지를 굳이 알려주려 한다. 5.가르치려고만 할 뿐, 배우려 하지 않는다(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한다). 6.시골에서 온 목회자나 작은 교회를 목회하는 이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다. 7.말로는 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자신을 개혁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8.자신이 원하지 않는 질문이 나올 때는 성의없게 말하거나 감정을 드러낸다. 9.다른 발표자의 강의 내용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10.하나님의 영광보다 사람에게 공을 돌리고 관심얻기에 바쁘다.


하지만 (좋다고 말해야 할 지, 안 좋다고 말해야 할 지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가 경험한 외국에서 온 강의자들은 달랐다. 강의 내용과 수준을 떠나서 그들은 한결 같이 겸손하고 진실한 태도로서 강의를 이끌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청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시키는데 할애하였다. 설령 잠시 본문에서 벗어난 내용을 덧붙이더라도 개연성없는 이야기로 청중을 무료하게 하거나 당혹스럽게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공부했다고 자부하는 국내 신학자들은 왜 그들과 이리도 다른지 도통 알 수 없다. 


부디 나의 말을 오해없이 들어주기를 바란다. 나는 신학적 사대주의자가 아닐 뿐더러 국내 신학자들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나의 서재에는 국내 신학자들이 지은 책들이 무수히 꽂혀 있으며, 나는 그들의 탁월한 지성과 능력에 힙입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늘 존경하고 배우기를 갈망하는 국내 신학자와 목회자도 여럿 있다.


하지만 자신의 학문적 빈곤함과 약점을 보지 못한 채, 그저 정신적 허영과 실체적 과장의 상징이 되어 버린 교수라는 닉네임 아래 숨어 겉만 개혁주의 신학자 행세를 하는 자들의 말을 들어 주기란 참으로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학 지성 흉내를 내지만 실상은 개혁주의의 변절자 행세를 하고 있는 자신의 부끄러운 꼬락서니를 되돌아볼 줄 모르고 마치 자신을 우민(愚民) 위에 군림하는 지혜자인양 연출하는 자들을 교회 선생이라고 받들어 모시는 우리 교회의 현실을 목도하는 일이 가슴 아프고 분이 난다.


부족한 자의 절절한 심정을 담은 이 글을 읽는 분중에 신학자와 교회 선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있다면, 부탁건대 주님의 교회를 위해, 그리고 주님의 양떼를 위해 겸손하고 진실된 스승이 되어 주시길 간곡히 빕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회사 속에 늘 진리의 횃불이 되어 주었던 경건하고 박식하며 신앙 깊은 개혁자들처럼 말이지요. 부탁합니다.


p.s. 이 내용은 개설연 세미나 전체에 관한 후기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는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먼저 불편한 내용을 전해 드려서 송구합니다. 전체적인 후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나는대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주나그네 


201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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